
최근 부모교육의 흐름은 ‘엄마 중심’에서 ‘함께하는 양육’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빠의 역할이 단순한 생계부양을 넘어, 아이의 정서 발달과 사회성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유치원 현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수많은 가정을 관찰해온 교사로서 느낀 것은, 아빠의 참여가 있는 아이일수록 자신감이 높고 정서가 안정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빠가 육아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놀이와 대화를 통해 어떻게 공감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겠습니다.
놀이참여, 아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시간
아이에게 아빠란 ‘함께 노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인식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아이의 자아 형성과 자존감에 큰 영향을 줍니다. 유치원에서 보면 아빠와 주말에 꾸준히 놀아주는 아이는 자신감이 높고 또래 관계에서도 긍정적입니다. 놀이를 통해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아빠의 놀이 참여는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거실에서 쿠션으로 만든 ‘미니 캠핑장’, 주방 앞의 ‘장난감 요리 대회’ 등 작은 놀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포인트는 ‘함께’라는 시간입니다. 아이는 놀잇감보다 아빠의 시선, 표정, 목소리에 반응합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만 바라보며 10분이라도 집중한다면, 그 짧은 시간이 아이의 하루를 채웁니다. 또한 아빠의 신체놀이 참여는 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높이 들어 올리기, 기차놀이, 균형잡기 같은 신체활동은 아이의 신뢰감과 모험심을 자극합니다. 다만, ‘너무 세게’ 혹은 ‘갑작스럽게’ 하는 놀이는 피하고 아이가 즐겁다고 느낄 만큼의 강도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빠의 웃음소리, 손길, 눈빛이 아이에게 ‘나는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줍니다.
공감대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기술
아빠의 대화는 종종 지시형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 마!”, “그건 위험해!” 같은 말이 습관처럼 나오곤 하지요. 하지만 아이와의 관계를 깊게 만드는 건 ‘명령’이 아니라 ‘공감’입니다. 유치원 교사로서 느끼는 점은, 공감 대화가 되는 아빠일수록 아이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공감대화를 잘하기 위한 첫 단계는 ‘감정을 이름 붙이기’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화가 나서 장난감을 던졌다면, “왜 던졌어?”보다는 “화가 많이 났구나”라고 말해주세요. 아빠가 감정을 읽어주는 순간, 아이는 마음이 이해받았다고 느낍니다. 두 번째는 ‘대화의 타이밍’입니다. 아이가 울거나 흥분한 상태에서는 대화보다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잠시 옆에 앉아 등을 토닥이며 진정될 시간을 주고, 이후에 “이제 마음이 좀 괜찮아졌니?”라고 물어보세요. 세 번째는 ‘이야기 끝맺기’입니다. 아이가 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뒤, “그랬구나. 아빠도 그런 적이 있어.”처럼 공감의 문장으로 마무리하세요. 이렇게 하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공감대화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아이의 말을 ‘고치려’ 하기보다 ‘듣는 아빠’가 될 때, 진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유대감, 함께 쌓는 일상의 기억
유대감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형성됩니다. 아이는 함께한 시간보다 ‘함께한 기억’을 오래 간직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저녁 식사 후 10분 동안 산책을 나가거나, 주말마다 같은 공원 벤치에 앉아 간식을 나누는 작은 루틴이 유대감을 만듭니다. 유치원에서는 아빠의 참여가 꾸준한 아이들이 교사와 또래 관계에서도 안정감을 보입니다. 이는 가정 내 관계의 안정성이 아이의 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빠와 함께한 시간은 아이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대감을 높이려면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보세요. 함께 요리를 하거나, 가족 식물을 키우거나, 주말마다 책 한 권을 함께 읽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아이의 책임감과 성취감을 동시에 키워줍니다. 무엇보다 아빠가 아이의 일상에 ‘기대되는 존재’가 되면 좋습니다. “오늘 밤엔 아빠랑 책 읽는 날이야!”라는 말이 아이의 하루를 설레게 합니다. 결국 유대감은 ‘함께 있는 시간의 질’에서 완성됩니다. 아빠가 아이에게 안전한 정서적 울타리가 되어줄 때, 아이는 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제 부모교육은 엄마의 몫이 아니라 ‘부모 공동의 역할’이 되었습니다. 아빠가 육아의 조력자가 아닌 ‘동반자’로 설 때, 아이의 정서 발달은 훨씬 건강하게 이루어집니다. 놀이로 관계를 만들고, 대화로 마음을 읽으며, 일상 속 유대감을 쌓는 것—이 세 가지가 아빠 육아의 핵심입니다. 오늘 하루 10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부터 시작해보세요. 그 짧은 순간이 아이의 마음속에 평생 남을 따뜻한 기억이 될 것입니다.